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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

冒告解

by 다오닝 2024. 9. 16.

나의 시간이 멈추자, 나는 그것이 내게 있어 큰 축복이라도 되는 듯 굴게 되었다. 무언가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았고, 무언가 마시지 않아도 목마르지 않았으며, 잠들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다. 여전히 내달리면 숨이 차올랐지만, 폐를 찔러오는 고통 따위는 없었고. 되려 상쾌하기까지 했다. 신체적 제약은 없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정신적으로도 나아갈 수 있었다. 아마 이대로 지낼 수 있다면, 나도 인정하고 반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본래도 희망찬 머릿속은 차라리 안심한 듯 빙빙 돌았다. 그래, 나는 아마 인제 조금은 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 한순간에 들이닥친 사람들, 행복, 전부 좋았으니까. 좋은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 눈감자.
그리고 잠시 눈 붙인 순간에, 나는 당신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나는 다시금 수렁에 빠져든다. 심장이 죄이고, 머리가 어질거린다. 어떤 말도 내뱉을 수가 없고, 무심코 울음이 터져나온다. 한 번 당신을 떠올리면 쉴 틈 없이 당신만 생각나고, 당신을 떠올리지 않고자 할 때에도 불쑥 당신이 떠오른다. 그러므로 고민한다. 내가 당신을 증오하기 때문에, 당신을 떠올리면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일까. 그렇기에 당신이 내 머릿속에 범람하여, 이렇게 나를 수몰시키는 것일까. 고민해 보아도 답이 나오는 일은 없다. 그러니 나는 당신에 대한 고뇌를 떨쳐내지 못한다.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 한, 나는 영영 당신을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내 세계는 빗물 아닌 당신으로 말미암아 수몰한다.

더는 나를 책임지지 않고, 더는 나를 떠맡지 않고, 더는 나를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 것은 진심이다. 당신이 나를 더이상 떠올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야 당신은 나를 떠올릴 때면 슬퍼하고, 고통스러워 했으며. 나에 대한 기억을 오롯이 그러모아 간다면 당신이 꼭 아주 슬픈 나날을 보낼 것만 같았다. 그런 오만한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당신이 슬프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으로는 부디, 나를 잊고 가기를 바랐다. 지금 슬퍼하더라도, 언젠가는 행복해질 수 있게. 내가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럼에도 당신의 시간은 흐르고, 나는 이곳에 못박혀 멈춘다.
그렇기에 나는 당신의 삶을 방해할 수 없다. 당신은 나에게 방해받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기에 오만한 생각을 비워내고 깨닫는다. 나는 오히려 당신에게 기억되고 싶기에 잊으라 말하고, 당신이 슬프기를 바라기에 슬프지 말라 말했다. 지독할 정도로 악하고 오만한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그 또한 진심이었다. 내가 이곳에서 쉬는 동안, 당신은 나아간다. 조금 더 힘내자고 말하면서, 산 자들과 서로를 다독이고, 온기를 가진 채······.
마천루에 도달하면 우리의 여정은 끝이다. 당신은 어디로 갈까, 어쩌면 이곳에 머무르게 될까. 온갖 기대를 차치하고. 그런 당신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서늘함 뿐이라, 나는 당신의 곁을 떠돌기만 할 수밖에는 없었다. 이따금 듣지 못하는 당신에게 말을 건다. 오늘은 저 멀리에 내가 살던 동네를 보고 왔어, 보여 주고 싶은데. 다 가라앉았더라. 듣지 못한 채 웃는 당신을 보고 있자면, 재차 심장이 조여오고, 말문이 막힌다. 당신의 웃음을, 나는 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이 웃으면 나도 웃고 싶었다. 당신이 울면 나도 울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이제 와서, 나는, 당신의 웃음이 싫다고 생각한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어떤 변명을 해야 나 자신을 설득할 수 있을지 고뇌했다. 식어버린 머리는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나는 끝내 변명할 거리를 찾지 못한다. 그제야 이것이 싫다는 감정은 아님을 인정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세계는 물에 잠기고, 나도 물에 잠기고, 차라리 당신도 물에 잠겼더라면 이렇게까지 고민할 일은 아니었을 텐데.
그러므로 모고해한 내가, 당신에게 고백한다.
몰상식한 사랑 따위 바칠 수 없어. 수몰된 시체는 움직일 수 없어. 당신에게 좋아한다고 말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당신의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내 시간 따위는 멈추어 버린 채 움직이지 않으므로. 그렇기에 당신에게 싫어한다고 말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내 기분만 더러워질 뿐이겠지. 내 세계는 아주 부조리한 방식으로, 당신을 배려하지 못하며 움직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몰라, ···늘 이기적인 나를 용서하지는 마. 그래, 용서하지는 않아도 돼. 나는 잘못을 빌지 못할 테니까. 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못할 테니까.
그럼에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 비가 멎지 않는데, 어째서 내 심장은 이렇게나 뜨거운 걸까. 멎은 지 오래인 혈관에서 온기가 도는 것 같아, 어째서 나는 그토록 애타는 걸까.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데, 그냥 당신을 바라보고 있어. 그러면 기분이 좀 나아. 응, 나은 것 같아. 웃지는 마. 심장이 아려와. ···아니야, 역시 웃는 모습이 좋으려나. 내 심장같은 거, 더는 당신이 신경써 주지 않아도 되니까. 좋을 대로 해. 나는 지켜볼래. 언젠가는 당신을 지켜보는 것도 질리겠지. 그렇게 될 날이 얼마나 멀더라도, 나는 당신을 지켜보는 데에만 힘을 쏟을래. 전력을 다해 바라보고, 아끼고, 지켜 줄래. 그렇게 하고 싶어. 그렇다면 당신은 행복해지면 돼. 나를 잊든, 잊지 않든. 그래야만이 옳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아.
어째서 죽어 버렸는데 끝나지 않을까.
더는 당신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그럼에도, 동시에 당신이 아주 지독하게 나를 생각하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가 당신을 생각해야 할 텐데. 악한 말 좀 뱉자면, 이건 저주같은 거야. 당신을 쫓아다니는 내내 내가 걸고 있을. 그리고 반대로, 그러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 마음도 있어. 그야 당신이 나를 떠올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잖아! 서로 잊고 떠나자, 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두지 말아 줘.
그러니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도 말하고 싶어.
정말이지 나는 당신이 좋은 것 같아. 그러니까,
행복해 줘.
 
있지. 책임져 준다고 했던가.
그 말 후회하지는 않니.
그렇다면,
이 감정은 어떻게 책임져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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