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필코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노라고 변명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것은 소중히 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한다. 그는 유죄를 선고한다. 생애 두 번째로, 나는 고해실에 들어선 채 기도했다.
그럼에도 그가 나를 생각해 괴롭하면 잊게 하소서, 그럼에도 그가 나를 잊어 슬프다면 떠올리게 하소서.
함께 죽자. 어느 날엔가부터 나는 그에게 그런 것을 종용해 왔다.
견아세 씨나 나나 미움받고 있잖아. 사랑하는 것에게 미움받는 것은 슬픈 일이야, 안 그래? 한나언 씨는 우리를 원하지 않아. 적당히 해, 아름다운 사랑으로 하여금 남고 싶다는 일말의 감정이라도 있다면···
사랑이라 함은 본디 추악한 것. 네가 논할 수 없어.
그렇지만 같이 죽자.
왜 같이 죽어야 되는데?
내가 견아세 씨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으니까.
기왕이면 함께 죽기를 바라.
그대로 나는 진창을 굴렀다. 흉흉한 얼굴이 나를 바라본다. 그러나 사랑하는 치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가 적절히 미움받을 때에, 여전히 사랑받을 때에 그와 함께 죽기를 원했다. 그것이 나의 순수한 애정이었다.
나는 당신에게 입맞추었다. 당신은 잘 벼려진 날붙이로 나의 복부를 몇 차례고 헤집는다. 쿨럭, 피 섞인 기침을 뱉어내고, 재차 입술을 맞닿은 채 부비적거린다. 거친 입술이 벌어진 채 나를 나무라고자 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혀를 놀리자, 그는 한숨 쉰 채 내 혀를 받아들였다. 어째서인가 하면,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깟 애정 섞인 행위로 하여금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증명하고 싶어 하였기 때문에. 그러므로 그는 나를 사랑할 수 없고, 그러므로 나는 그를 진정 사랑함을 깨달았다.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그가 나를 증오하는 것이.
그는 나의 목을 졸라 온다. 삿된 힘으로 하여 멎지 않는 피가 목구멍을 차마 넘기지 못하고 틀어막힌다. 나는 기침조차 하지 못한 채 그에게 다만 입맞추는 것을 택한다. 그는 입술을 잠시 떼어내고, 내 머리를 헝클어 쥔 후에, 헐떡이는 내 숨을 완전히 죈다. 나는 끝내 애타는 듯 그의 입술 끝매를 잡아채어 애달프게 핥는다.
그러니 함께 죽자. 아름다울 때에.
그것만이 정녕히 내 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