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류희와 이호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감정을 정리하고, 서로에 대해 애정 섞인 말을 건네고, 간혹에는 종종 서운한 것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시간으로 하여금 모든 불만을 내려놓을 수만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요···”
“그치만 그건······ ···아니, 잘못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야.”
줄곧 토해내던 진심 새로 감정이 얽힌다. 몇 차례 문장이 오간 끝에, 류희는 누그러진 얼굴로 타이르고, 이호는 곤란한 얼굴로 변명하듯 덧붙인다. 여느 때와 같은 평온함이지만, 어째서인지 묘한 기류가 그 사이로 흐른다. 선배가 잘못했다고 말하려던 건 아니에요. 아냐, 내가 잘못한 건데··· 쑥스러움이 섞인 몸짓이나 목소리에 류희의 얼굴이 차츰 더 차분해진다.
“선배는 늘 그렇죠.”
다정한 목소리가 매섭게 따라붙었다. 그도 그럴 것이, 류희는 잘못을 지적할 생각이 없었다. 다만 이런 이야기를 함으로써 외로움을 덜어내고 싶었을 뿐이다. 선배는 자신의 감정을 종종 토로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단지 그것이 불만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류희는 차라리 내뱉는 방식을 바꾸었다.
“조금 더 가르쳐 주세요.”
그렇게 시작한 말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선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버무리지 않고서요. 선배에게서 듣고 싶은 말은 진심이에요. 거짓말로 꾸며내지 않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들. 잘못했다고 생각해서 머뭇거리거나, 뭉뚱그려서는 이런 시간을 가지게 된 의미가 희석되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가지고 싶은 것을 솔직하게 말할게요. 언제나 제가 먼저였죠. 그러니까 괜찮아요, 이런 말을 하게 하는 선배도 밉지 않아요. 단지, 조금 더 진심을 말해 주셨으면 해요.
류희는 단조롭게 말을 갈무리하고는 이호를 바라보았다. 이호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제 앞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어, 음, 그래? 그게, ···그럴 생각은 없었다, 고 하면 변명이겠지만······”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거 아시잖아요?”
“···응······. 고마워, 류희.”
“그것 말고는요?”
이호는 짧게 입을 달싹이다가, 앞머리를 매만지던 손을 조심스레 내렸다. 이내 류희를 바르게 바라보며 재차 발화했다.
“그··· 있지, 정말 좋아해. 너를 서운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앞으로는 조금 더 잘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
“네! 저도 정말 좋아해요, 선배.”
한결 나아가는 밤이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나 오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아갈 길이 있음에 안도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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