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훔친 것은 낭자의 마음밖에 없네만. ”
손에 든 주머니는 누구의 것이냐고? 하하하. 두말할 것 없이 내 것일세.
이룸 23살 남성
허허실실로 목불식정 궤변론자
남에게 함부로 무례한 태도를 보이기 보다는 자신이 신경쓰지 않고 좋게 넘어가려 하며, 실제로 남이 자신에게 무례한 짓을 해도 대개 유하게 생각하고 넘기고 흘린다. 화를 내기 보다는 점잖은 타인들 모방하듯 그 또한 영 나쁜 방법이지만 은근미롱한 태도를 비추어 불쾌감을 드러내는 방식을 택한다. 아무튼간 썩 너그러운 성정을 가지고 있다: ···고, 아주 곱게 포장하자면 그렇다. 보통 이런 너그러움 따위는 대체로 경거망동한 사람이 지니는 법이다. 언동이 심히 가벼워 주변에서 눈총을 한참이고 받건만 신경쓰는 일이 없다. 그렇다고 자기주장이 강한 것은 또 아니다. 되레 제 의견을 입에 담는 일이 적고 느적느적 남을 따라가기만 한다.
그러나 천지에 널린 것이 그런 글러먹은 새끼다. 도둑질에 특출나 보이긴 해도 그런 사람이 한둘 있는 것은 아니란 소리다. 그러니 앞으로 보다 나은 공동생활을 위해, 그러니까 최소한 이룸을 그와 비슷한 치들과 분리하여 생각해 주십사 인간성에 대해 논하건대 그와 같이 개차반으로 사는 사람들과 그의 다른 점을 좀 꼽아보자. 이룸은 답지않게 욕심이 얕은 편이다. 늘상 무슨 일이건 되어도 그만, 안 되어도 그만, 되면 좋고, 말면 말고······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당연지사 배부르고 등 따수우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 살지 못함을 한탄하지 않는다. 배를 곯고 몸이 시리면 서러울 게 분명한데 서러워하지 않는다. 탐하는 것은 많은데 포기가 빠르다. 긍정적이라 이르기에는 게으르고, 또 욕심이 얕은 만큼이나 생각이 얕아 포기한 것을 다시 탐내기도 한다. 되지도 않는 궤변을 곧잘 늘어놓는데 아마 그 속내는 굳이 까뒤집지 않아도 뻔하다: 텅 비어 있겠지! 허나 또 빈말을 하지는 않는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남을 향한 이야기도. 궤변으로 헛소리를 지껄일지언정 허세는 떨지 않는다. 굳이 허세를 떤다면야, 뭐, 또 낭자의 마음을 훔치니 뭐니 하는 식의 헛소리도 허풍이라 할 수 있겠지만.
183cm 66kg: 뭐 어디 썩 잘나신 분이신가, 건강하게 잘 먹고 자란 사람 마냥 키는 훌쩍 크며 너른 보폭으로 살랑살랑 걷는다. 선비들이나 입을 하늘하늘한 도포에 화려한 지우산, 신에 겹쳐 신은 분투分套. 선명한 붉은색 귀고리에 단정히 묶은 머리칼. 날씨에 안 맞게 추운 차림이나 썩 형편 좋은 차림이건만······: 진실을 말하자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훔친 게 아닌 물건이 없다. 상놈 중에도 상놈이라 상투를 트는 법도 모르니 머리만 줄줄 길러 하나로 묶는다. 매사에 허허실실로 응하는 태도를 가리키듯 맹한 표정은 좀체 웃는 기를 벗는 일이 없다.
상대에 따른 태도 차이라야 누구나 있는 법이라지만 그 정도가 심하고 꼴불견이다. 여성을 낭자, 하며 높여 부르나 남성을 대뜸 낭자와 발음이 비슷한 남자. 정도로 부른다. 간혹 높여 일러야 할 사람에게만 도령, 하고 붙이는 경우가 있으나 아주 간혹일 뿐이다. 서금홍이 있는 기방에 집도 없건만 제집마냥 드나드는 꼬락서니만 보아도 뻔하다. 본인 입으로 늘 자신이 훔치는 것은 낭자의 마음 뿐이라 지껄이는데, 실제로는 남의 마음 빼고 전부 훔쳐간다. 소지품은 물론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현재 수중에 있는 귀고리와 도포, 지우산에, 서금홍에게 선물했다 태다다에게 밀려 돌려받은 비녀 정도가 있겠다. 필요한 것이 생기면 그때그때 훔쳐다 쓴다. 태어난 곳도 몰라, 사는 곳도 없어, 날바닥이 이부자리고 하늘이 천장이다. 집이 없다고 한곳에 머무르지 않음은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글쎄, 이룸은 본래 땅 위치에 관계하지 않고 이리저리 나다니며 살았다. 그러니 근 이 년인가를 한양에 머무른 것은 충분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근 이 년 간 무엇을 했느냐 하면은: 놀았다. 특히나 앞서 서술한 바 있듯 서금홍이 있는 기방에는 몇 번이고 드나들었다. 물론 그 이유로 줄곧 한양에 머문 것은 아니고, 그 사유를 물으면 이룸이 제 무릎에 올라온 들고양이 하나를 조심조심 쓰다듬으면서 목소리를 낮춘다. 우리 마하를 한양에서 만났거든. 함부로 거처를 옮기기에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 최소한 마하가 오래 살았고, 편안해 하는 장소에서 키우고 싶었네. 뭐, 요 녀석이 나와 정이 들었다고 다른 곳까지 따라가 준다면 물론 기쁜 일이지.
신원 불명, 천한 것이라 성도 없어 이름 두 자만 보고는 가족도 몰라, 친구는 저 기방에서나 잠깐 해 줄까 싶은데 그런 이룸에 있어 이제껏 해온 생활을 짐작케할 요소라고는 정말이지 눈곱만큼도 없느냐 물으면: 따아악 하나 있다. 바로 이룸과 절 사람들의 친분이다. 동네방네 잘 다녔다고 한 게 거짓은 아닌지 어느 지역에 가도 절 사람들과는 꼭 연이 있다. 갈 곳 없고 영 죽을 것 같을 때에는 절을 찾아가기도 한다. 그중에도 간혹은 이룸을 혼내며 언제쯤 돌아오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한다. 한양에 있는 절 사람들과는 오래 보기도 했고, 마하의 본래 거주지가 절이었으니만큼 더 대화를 자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증언으로 미루어보아 이룸은 어느 지역인가는 몰라도 어디 절에서 살다 도망이라도 나왔나 본데, 어째 이룸이 하는 언행만 보기에는 그렇게 괴리감 느껴질 수가 없다. 6월 21일 생.
기방을 그렇게나 들락날락하니 서금홍과 잘 아는 사이는 아니라도 안면은 있다. 강판승에게는 이에 관하여 한소리를 들었다. 물론 이룸은 신경도 안 썼다. 금수 새끼. 이갑언의 고양이 두부와 이룸의 고양이 마하로 인해 안면이 조금 있다. 외 다른 이들도 아마 도둑질을 한 사람 정도로 남아 있을 수 있다.
로스트 동의 여부: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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